경영의 베이스에도 ‘기초과학’은 필요!

구조학을 바탕으로 만든 하나의 소우주

  • 입력 2015.10.13 17:18
  • 수정 2015.10.13 22:11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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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오식품 주식회사 오정학 대표

 

부산과 가깝지만 시골 공기처럼 시원함이 전해지는 창원시 진해구 가주로에 위치한 동오식품주식회사(이하 동오식품)은 단계별 방식과 철저한 위생관리를 기본으로 국내의 다양한 해조류를 가공건조하여 전세계 10여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타 해조류 가공과는 차원이 다른 오정학 대표만의 방식은 그의 삶을 청사진처럼 보여주는 부분이다. 조용한 한 지방의 공장에서 묵묵히 반세기 동안 해조류 건조에만 매달려 외길이생을 이어온 오정학 대표의 열정을 전하려 한다.

 

 

 

남다른 사업가로서의 자질

 

미역 13개국 나라에 수출 하는 동오식품 오정학 대표는 근 50년간 미역 개발을 위해 힘써온 장인이다. 완도가 고향인 그에게는 다른 사람들처럼 미역이 친숙한 식품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인생철학을 가지고 살아왔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오 대표는 자립심이 강하고 사업 수완이 좋았다. 물건을 사다 팔기도하고 심부름을 하며 돈을 모아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정도였다. 배움에 대한 간절함 때문일까. 여의치 못한 생활 중에도 방학 때는 공장을 다니면서 학비를 벌었는데, 발효 기술 등을 터득하며 진정한 살이 되는 기술 들을 배워 나갔다. 

 

수산대학교(현 국립부경대학교)를 나온 그는 “학문을 공부하는 학생은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목적성을 띄고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 산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했어요. 취직도 해보고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실습도 가고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무슨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더라고요.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뒤늦게 어떤 삼각형을 깨달았어요. 자본, 기술, 경영의 삼박자가 골고루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자기 사업을 하고 싶더라도 어떤 방향과 의도로 나아갈지 사고해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스스로가 그려나가야 하죠.”

사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오 대표는 작은 삼각형이라도 알맹이 철학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던 오 대표는 자본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발로 뛰었고 경영학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노력이 전해져 일본 판매자들이 그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인터넷도 제대로 안 되던 70년대의 일이다. 국비장학생 생활로 일본어에 어려움이 없었던 그는 일본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영국 등 13개의 나라에 건해조류를 수출하며 수출 500만 불의 시대를 여는데 이바지했다. 

 

 

‘배움’의 의미를 재해석

 

해조류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한 오 대표에게는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구조학’이다. 미역은 40-50° C 정도에서 가공하면 좋지만 100°C에서 가공하면 구조가 파괴되고 맛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적절한 상태로 나온 제품을 만들고 품질의 균형을 맞추려고 나아갔다. 그는 식품의 구조학, 물리 구조학을 공부하여 열을 가하는 것보다 냉풍에서 건조하는 환경이 구조를 파괴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한 방법임을 발견했다. 이처럼 오 대표는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제품을 생산해 왔고 앞으로도 신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일본에서 수출 1위를 달성했을 당시, 일본 내 기업들은 왜 당신의 회사 미역은 안 풀어지고 맛있냐며 의문을 품을 정도로 맛의 차이가 컸는데, 이는 그의 어릴 적 경험과 이론이 맞닿아 가능할 수 있었다. 

“물에 불리기만 해도 마치 방금 바다에서 건진 해초처럼 선명한 색으로 살아나고 맛과 향이 기가 막힙니다.”

 

 

현재 중국의 저가 정책에 속수무책인 기업들이 많은데, 동오식품의 오정학 대표에게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오 대표식 경영철학은 <소량을 만들어도 정성을 다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내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출량을 커버함에 있어 양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좋은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려는 매우 장기적 생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00년을 내다보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국 사람은 빨리 빨리 다들 그러잖아요. 기업도 겨우 몇 년 하고 결과를 바라고 있으니 뭐가 되겠어요. 적어도 한 세대 두 세대를 거치면서 어느정도 형태가 갖춰고 하면 100년 후를 대비해야죠. 다양한 산들이 많지만, 나는 작은 산에 나의 이데아를 넣고 싶습니다. 작지만 삼라만상(森羅萬象) 같은 기업이 되고 싶은게 저의 이상입니다.”

 

 

그래서, 현재 그가 젊은이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생에서 1등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모든 이들의 장점이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공부에 능하고 어떤 사람은 운동에 능하죠. 사람이라면 무언가 꼭 ‘큰 장점’ 하나씩은 있어요. 남들이 보지 않는 곳, 자신만의 1등 세상을 만나야 합니다. 그 영역을 찾아낸다면 목표로 두고 어떤일을 하더라도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주변사람 중에 비웃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오 대표는 이뤄냈다. 사업가 스스로가 하나의 철학가이 되어야 하고 어떻게 그것을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평생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안 보는 것에 대해 새롭게 다가가는 안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이런 것들을 배우는 과정이기에 능동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오정학 대표는 이를 깨닫기 위해서 어떤 학문에서든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떤 학문이든 학문의 기초를 수학하고 구조를 이해하여 전체적인 흐름을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을 접근하는데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파고들어갈 수 있는 애착심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모든 조직의 포인트는 결국 수학적 사고에서 나옵니다.”

 

 

 

오정학 대표만의 미역 가공법

 

오 대표는 생 미역을 7번의 가공을 통해 동오식품만의 새로운 미역으로 탄생시킨다. 

“뜨거운 물에 데칠 경우 영상손실이 불가피하므로 물리적, 화학적 변성이 최저인 최상의 포인트를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거쳤습니다. 적절한 온도를 찾아 데치고, 냉각하고, 건조하는 등 지금의 과정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어요. 학문의 역할은 이런 시행착오를 거칠 때 크게 시간을 줄여 줍니다. 냉풍건조를 처음 시작하였을 때도 쉽지 않았지만, 이론을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결국은 이뤄냈습니다. 해조류를 향한 관심과 소비자에 대한 애정이 전해져 지속적으로 고객들이 좋아해 주니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을 고수해나갈 겁니다.”

 

 

 

오 대표의 미역에 대한 열정, 철학과 신념은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사람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가 한 발 더 나아가는 그의 가치관은 다른 사람과 기업 나아가 국가적으로 나아가야할 이념인 것이다. 

 

그의 미역에 대한 애정이 소비자에게도 전해져,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있다고 한다. 웰빙을 몸소 실천하는 그의 애정 어린 노력을 한국에서도 주시해야 할 때이다.

 

<프로필>

* 오정학(吳正學) 대표이사

 

2015년  현 동오식품주식회사 대표이사

2005년  동오식품주식회사 법인 설립

1975년  사단법인 대한냉동협회 회장 역임

1973년  동오식품상사 설립

1966~1968년 일본 연수

1963년  대한수산(주) 입사

1963년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수산제조학과 졸업

1933년  9월  전남 완도생

 

 

회사연혁

 

1973년 동오식품상사 창립

1989년 강진공장 확장이전

1997년 유망중소기업 선정

1998년 국립수산물 검사소 품질인증 획득(15-17-05)

1999년 우체국 주문 판매 실시/부산공장 운영

2001년 백만불 수출탑 수상(전남)

2002년 미역귀환 상표 발명특허 획득(제0338155)

        미국 FDA 인증획득

        국제인증 ISO 9001, 14001획득

2004년 부산공장 확장이전(경남 진해시 가주동)

2006년 경남 농수산물 수출탑 백만불 수상

2011년 경남 농수산물 수출탑 삼백만불 수상

2011년 48회 무역의날 대통령상 오백만불 수출탑 수상

2012년 경남 농수산물 수출탑 오백만불 수상

 

월 240톤 해조류 가공품 생산

주요수출지 : 미 LA, 뉴욕, 오클랜드, 하와이, 토론토,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홍콩, 싱가폴, 말레이시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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