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야 건강하다?’

  • 입력 2013.03.12 17:20
  • 기자명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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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야 건강하다?’
‘1일1식’, ‘1일2식’ 등 끼니 줄이는 이들이 는다

일본의 건강전문가 나구모 요시모리 박사의 저서 <1일1식>이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이와 유사한 콘셉트의 히가시 시게요시의 <1일2식> 등 관련서적이 봇물 터지듯 출판되면서 건강을 위해 ‘끼니를 줄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반드시 끼니를 줄이지 않더라도 ‘소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려는 이들도 같이 증가하면서 최근 ‘건강’이 삶의 질을 높이는 화두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하루 한 끼, 혹은 두 끼로 식사횟수를 줄이면 건강하고 오래산다고 믿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 위해 ‘굶는’ 사람들
뒤늦은 폭설이 내렸던 지난 2월 4일 월요일 저녁, 종로구 인사동의 한 채식전문점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1일1식’을 시행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의 회원들로 이 날은 ‘1일1식’을 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나 장점 등을 나누기 위한 정기모임이었다.
현재 1년째 ‘1일1식’을 실천하고 있다는 모임 참가자 황 모 씨(35)는 “하루 한 끼를 생활화 하다 보니 지병이었던 당뇨와 비만이 없어졌다”며 “처음 석 달 간은 괴로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현재는 몸과 마음이 다 가볍다”면서 ‘1일1식’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1일1식’에 참여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가정주부 염 모 씨(38)도 “몸무게가 벌써 3kg이나 줄었다”면서 “급작스럽게 ‘1일1식’을 실천하기 보다는 자신의 건강상태와 생활패턴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할 것”을 주문했다.
이 모임에 참가한 대부분의 회원들은 ‘1일1식’을 실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직장인들의 경우 모임이나 회식이었고 주부의 경우 초콜릿, 커피 등 ‘주전부리’를 피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위의 모임 회원들처럼 최근 ‘굶어야 건강하다’는 신념 아래 ‘1일1식’ 혹은 ‘1일2식’을 실천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이들의 논리는 ‘삼 시 세끼 챙겨 먹어야 건강하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다. 특히 추위와 굶주림을 축복처럼 여겨 생활해야 건강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하루 세 끼를 모두 챙겨먹는 일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식습관으로 인식돼왔다. 이 때문에 아침을 굶거나 부실하게 먹는 것은 건강을 해치기 쉽고 이는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점심을 과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대부분 직장인들의 경우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등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 회식문화에 자주 노출되다보니 그야말로 과잉섭취를 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생활이 누적되다 보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 이 때문에 아침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게 건강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최근 ‘식생활 혁명가’들은 식사량을 줄이는 단계를 넘어 ‘하루 두 끼’ 심지어 ‘한 끼’를 부르짖는다. 
하지만 하루 세 끼를 먹던 사람이 갑작스레 한 끼로 줄일 수는 없다. 이러한 급작스런 절식은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
때문에 완벽한 ‘1일1식’을 실천하려면 일정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 조금씩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첫 단계이고 이어 한 끼를 줄인 ‘1일2식’이 두 번째 단계이며 최종적으로 ‘1일1식’ 단계로 나아간다. 

한 끼로 영양분 공급 충분하다?
‘1일2식’ 혹은 ‘1일1식’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한결같이 하루 세 끼와 과식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1일2식’, ‘1일1식’과 같은 절식을 실천하면 내장 안에 축적돼 있던 지방이 분해되면서 내장의 기능이 좋아지고 자연스레 다이어트 효과까지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굳이 운동이나 약물로 무리하게 다이어트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 하루 한 끼 식사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계 질환이나 남성호르몬의 과다분비를 방지해준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유지시켜주고 생체 리듬을 원활히 만들어 줘 생활에 활력을 준다.
그러나 하루 한 끼만을 먹기 때문에 그 한 끼의 식사를 통해 하루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정제되지 않은 곡류나 현미, 콩 등 잡곡, 뼈째 먹는 생선 등 가공하지 않은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야 한다는 것. 하루 한 끼를 먹더라도 이러한 건강식을 가공하지 않고 통째로 섭취하면 세포의 에너지대사가 잘 돌아가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영양을 공급해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이같은 ‘1일1식’ 열풍의 기폭제가 된 것은 일본의 의사 나구모 요시모리 박사의 <1일1식,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프로젝트>가 출간된 후부터. <1일1식>을 통해 “하루에 한 끼만 먹어야 건강하다”는 지론을 펴는 나구모 요시모리 박사는 객관적 연구 자료를 토대로 ‘1일1식’의 당위성을 설파한다.
저자는 최근 노화를 연구한 영국의 의료진 자료를 인용, 쥐가 섭취하는 음식량을 40% 가량 줄였더니 쥐의 수명이 20~30% 길어졌다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장수 유전자’로 알려진 ‘시르투인 유전자’를 언급하는 데 이 유전자는 ‘공복’일 때 활성화되는 유전자로 적절한 공복 상태를 유지하면 아픈 곳이 치유되고, 자연스레 다이어트 효과를 보게 되며 심지어 피부 나이까지 젊어진다고 역설한다.
전 세계 최고의 장수국인 일본에서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은 바로 실천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보통 여타의 건강서는 금주나 일정한 운동을 권하거나 건강을 위해 엄격한 자기관리를 권하는 게 보통이지만 <1일1식>의 경우 각자 할 수 있는 수준에서부터 시작해 단기간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대중적 인기를 끈 직접적인 이유였다. 

건강에 좋은지는 아직도 ‘찬반논란 중’
‘1일1식’이 대중적인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오래전부터 ‘1일1식’을 실천해오고 있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다.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에는 ‘1일1식’ 관련 카페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특히 공인들 가운데 ‘하루 한 끼’를 고수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차영 전 의원. 차 의원이 ‘1일1식’을 해온 것은 비록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매일 그날그날의 식단을 트위터에 올리며 ‘1일1식’ 홍보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노화학자 유병팔 박사와 가수이자 방송인 아유미, 이현승 MBC기상캐스터도 ‘1일1식’에 동참했다. 이현승 캐스터는 <1일1식>을 출간한 출판사 (주)위즈덤하우스의 ‘1일1식 홍보대사’로 위촉돼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사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1일2식’이 일반적인 식사풍습이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것. 양반과 일반 백성 할 것 없이 아침과 저녁 식사 두 끼만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양반의 경우 아침과 저녁 사이에 간단한 음식을 두 세 차례 먹었을 뿐, 일반 백성들은 힘을 써야 하는 농번기나 경제적으로 형편이 조금 나은 경우를 빼고는 거의 하루 두 끼로 살았던 것. 때문에 ‘1일2식’이나 ‘1일1식’이 사실은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렵지는 않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에도 불구하고 ‘1일1식’의 실천에도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큰 문제는 하루 한 끼만 먹을 경우 자칫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폭식은 위를 비롯한 소화기관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게 되고 결국 심각한 질환을 가져오게 되는 주범이다.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이들의 상당수에게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1일2식’이나 ‘1일1식’을 시도하기 보다는 점차적으로 식사량을 줄여가고 매일의 식사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지키고 고단백, 저칼로리 위주의 식사를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미 의학계에서는 ‘소식’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굳어져 있지만 ‘1일2식’과 ‘1일1식’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1일2식’, ‘1일1식’의 선택은 각자 자신의 건강상태와 생활패턴에 맞춰 몸에 무리가지 않는 수준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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