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열풍’ 언제까지?

  • 입력 2013.03.12 17:10
  • 기자명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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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열풍’ 언제까지?
기업, 대학, 서점가까지 강타, 2013년에도 끊이지 않아

몇 년 전부터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뜨거운 바람을 일으켜 온 ‘인문학 열풍’이 2013년에도 서점가를 휩쓸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십 종의 ‘인문학’과 관련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인문학 열풍’의 절정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인문학’ 관련 다양한 강좌와 세미나, 각종 프로그램들이 넘쳐 나면서 그야말로 인문학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에 모든 분야에서 미래를 이끌어 갈 키워드로 자리매김한 ‘인문학’의 흥행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몇 년간 지속된 열풍, 언제까지 갈까
지난 2005년은 ‘인문학 열풍’의 원년이었다. 전 방위적으로 인문학 공부와 인문서 다시 읽기가 사회적으로 큰 흥행을 이끌었기 때문. 2005년의 인문학 열풍이 특이했던 것은, 그 진원지가 인문학의 연구와 저장고인 ‘대학’이나 ‘연구소’가 아니라 기업과 대안 인문 공간이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많은 대학들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인문학 열풍’에 일익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과의 괴리를 선도했던 대학을 박차고 나가 독립했던 재야 인문학 연구자들이 만든 대안 인문 공간이나 ‘실용’을 주무기로 하는 기업들에게서 ‘인문학’의 흥왕을 보였다는 사실은 대단히 의미심장했다. 인문학의 본류이자 주체인 대학이 아니라 이들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이 ‘핫 키워드’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2~3년 뜨거운 바람을 일으켰던 인문학 열풍이 잠시 주춤해 보였다가 다시금 흥행을 일으킨 것은 지난 2011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속속 개설된 대학들의 인문학 위주 최고위과정, 경영학이나 공학을 선호했던 것에서 이제 인문학 선호로 변화하는 취업 트렌드, 5년 사이 약 두 배로 불어난 대안 인문 공간, 교양 과정을 강화하는 대학, 점차 강화되는 기업들의 인문학 학습 바람 등이 그 예였다.
그러한 인문학 바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인문학’ 안내 서적이 지속적으로 출판되면서 다시 불이 붙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서점에는 ‘일상의 인문학’, ‘싸우는 인문학’,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인문학 공부법’, ‘미술관 옆 인문학’ 등 ‘인문학’ 안내서를 비롯한 인문학 관련서들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같이 인문학 서적이 봇물을 이루는 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이른바 ‘뉴 노멀’의 시대에 인문학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모든 분야, 계층의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있다고 주장한다. 

당장 효용성 없지만 가장 ‘인간‘적인 학문
경영은 물론, 역사와 정치, 사회 등 모든 문제와 그 해결점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이 인문학 열풍의 이유이기도 하다.
인문학은 당장의 효용성이 없는, 비경제적인 학문으로 인간을 연구하고 그 가치를 찾아 일반화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2000년대 들어 대다수의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이 죽었다’고 종언을 고한 바 있다. 과학적 사고방식의 팽창과 물질지향주의, 기술우선주의의 확대는 인문학을 쓸모없는 비효용성의 학문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오해는 커다란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공언했었다. 인문학이란 삶의 가치를 다루는 학문의 영역으로, 인문학의 중요 분야인 문학이나 철학, 또는 역사학이 오늘의 밥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계속되는 인생의 여정에서 어떤 태도로 밥을 벌어야 하는 지는 일깨워 줄 수 있다고 인문학자들은 역설한다.
인문학은 인간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양적 잣대로 학문의 효용성을 평가할 때 인문학은 거의 쓸모없는 학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워지고 빈곤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경제적 부를 위해 앞으로만 달려온 우리는 지금 길을 잃었다. 물질의 풍요로움이 가져다주는 우리의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오늘날 많은 이들이 현실적인 효용가치가 적은 인문학에 눈길을 돌리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우리가 추구했던 경제적 부와 과학의 발전이 현실화된 상황에서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그야말로 나아갈 길을 알지 못하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인문학’만이 대안이라는 인식은 이미 대세가 됐다. 인문학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사회가 복잡다기해지고 혼란스러울수록 인문학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돼온 인문학 열풍은 이러한 현상을 대변해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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