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주의자’의 할리우드 진출작

  • 입력 2013.03.12 15:41
  • 기자명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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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주의자’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감독|박찬욱
출연|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니콜 키드먼
            2월 28일 개봉

열여덟 살 생일에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소녀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 그녀 앞에 존재 자체를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온다. 남편의 죽음으로 온 신경이 곤두서있던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은 젊고 다정다감한 찰리에게 호감을 느끼며 반갑게 맞아준다. 인디아는 자신에게 친절한 삼촌 찰리를 경계하지만 그녀 역시 찰리에게 점점 끌린다. 찰리의 등장으로 스토커가(家)에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인디아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지난 2003년 출세작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는, 할리우드에서도 박찬욱식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문제작이다.
상업영화계에 발을 담그면서도 자신의 독특한 B급영화 방식을 고집하는 ‘아티스트’로서 박찬욱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의 자존심이라 할 만 하다. 그는 결코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그간 작품들을 통해 장르영화의 틀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열혈청년’이다. 주류 영화계에서 관객을 향해 계속적으로 도발하는 그는 한국 상업영화의 몇 안 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스토커>는 기존의 박찬욱 영화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영화다. 하지만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박찬욱의 대표작들인 이른 바 ‘복수3부작’보다 많이 평이해지고 부드러워진 대신 ‘할리우드’영화로서의 미덕을 충분히 담지해 낸 수작이다.
어처구니없는 운명에 내던져진 박찬욱의 인간군상들은 <스토커>에서도 여전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인디아와 엄마 이블린이 처한 운명의 굴레는 박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인물들의 운명과 흡사하다. “이야기가 일어나는 배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독립된 세계”라는 박 감독의 언급이 이 같은 사실을 그대로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선댄스 영화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된 후 ‘고금을 통틀어 가장 기교 있는 스릴러’(‘할리우드 리포터’), ‘질식시킬 듯한 힘이 있는 수작’(‘가디언’), ‘완벽한 짜임새의 스릴러와 격렬한 긴장감을 지닌 감성적 미장센의 결합’(‘트위치필름’) 등 해외언론에서 최상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스토커>는 2월 28일, 세계 최조로 한국에서 개봉됐다. 
평단의 극찬과 영화계의 기대감에 부응해 <스토커>가 세계적인 흥행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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