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man 삼남매

  • 입력 2013.01.28 13:23
  • 기자명 김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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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한의 ‘추억속으로’


Snowman 삼남매

김은기 화백의 <스노우맨>

마포, ‘서서갈비’집에서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다보면 갈비의 양념냄새 틈사이로 설핏 기어 나오는 연탄가스 냄새. 비릿하고 역한데도 저도 모르게 콧구멍이 벌렁거려지면서 그 가스냄새 쪽으로 향해지는 아니 마음이 향해지는.
70년대, 전 국민의 사고 사망 1위쯤 되었을 연탄가스 중독 사망. 한 겨울을 건너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탄가스에 실려?하늘로 갔던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겨울 아침,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는 어질한데 오줌보가 터질 듯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여는데 ‘핑그르르’ 세상이 돌았다. 마당엔 밤새 눈이 하얗게 쌓였는데 어린 내 몸은 깨끗하게 쌓인 눈 속에 직인 찍히듯 푸욱, 내리 꽂혔다. 눈 속에 벌렁 누워서 헉헉거리고 있는데 ‘와당탕’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조금 전 나와 같은 모습으로 비칠거리면서 나오는 세살 위의 형.

눈이 잘 오지 않던 대구. 하아, 눈이 왔네, 눈이 왔어. 얼른 일어나 눈사람 만들어야 되는데... 그리고 마침내 누나까지 ‘헐렁헐렁’ 밀려나와 그 옆에 푹 쓰러진다. 우리 삼남매 새하얀 눈 마당에 푸욱 파묻혀 할딱거리던 아침. 눈에 뒤범벅이 된 Snowman 삼남매.

지금 같으면 ‘119’가 오고 앰뷸런스가 ‘삐뽀’거렸을 그 엄청난 사건의 아침이었지만 물김치 한 그릇씩 뚝딱 마시고 다시 그날 밤, 그 죽음의 방에서 편안하게 발 뻗고 희희낙락 라디오 연속극 들었던. 참 질긴 생명들 무사히 여기까지 건너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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