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해결 가닥 잡히나

  • 입력 2013.01.28 11:14
  • 기자명 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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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해결 가닥 잡히나
대통령직 인수위 본격 움직임 나서

수원 조원동에 사는 강씨(45)는 몇 년째 아파트 대출 문제로 속병을 앓고 있다. 5년 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은행과 제2금융권서 1억 70000만원을 대출해 입주했지만 그가 부담할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는 수입 대부분을 대출이자에 쓰고 나머지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 등에 지출하고 나면 월급통장은 텅텅 비기 마련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6개월 째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전무하다. 장기간 주택경기 침체하면서 강 씨처럼 집을 갖고 있지만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대출이자로 허리 휘는 하우스푸어
하우스푸어는 집을 보유했지만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뜻한다. 주택가격이 오를 때 무리한 대출로 집을 샀다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 달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2금융권까지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하고 있는 ‘초고위험 하우스푸어’가 2만8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3조 3000억 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액의 0.84%에 해당한다.
이들 대부분은 은행과 제2금융권서 중복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이들이 금융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프리워크아웃’으로 회생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1호 공약인 하우스푸어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정도이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가계경제는 붕괴되고, 금융권 부실로 이어져 국가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2006년 집값이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해 2008년 하우스푸어 문제가 터지면서 세계경제위기로 전파됐다.
특히나 올해에는 집값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지거나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우스푸어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에서는 하우스푸어 문제의 해결책을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 back)에서 찾으려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발생 당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도입한 이 제도는 은행에서 차입자의 주택을 매입해 다시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일부 은행은 이 제도를 본떠 ‘트러스트 앤 리스백(Trust and Lease back)’을 도입했다. ‘트러스트 앤 리스백’은 담보로 잡힌 집을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은행에 맡기지만 주택 소유권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세일 앤 리스백’과 다르다.
지난 해 11월 1일 처음 ‘트러스트 앤 리스백’을 시행한 우리은행의 경우 한 달간 신청자가 없을 정도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와 비슷한 ‘주택 힐링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미미한 실적을 보였다. 이처럼 하우스푸어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들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들이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하우스푸어 대책 윤곽 잡혀
정부 측 역시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15일 하우스푸어 대책 관련 내용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 보고했다. 하우스푸어 대책은 투자자 책임 원칙, 무주택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 채권자와 채무자가 손실을 나누는 방향으로 보고되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금융기관들이 지분 매각 전 채무자와 협의해 채권 부실화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고, 채무자 역시 할인매각으로 말미암은 손실을 나눠서 진다. 박근혜 당선인이 내놓은 하우스푸어 대책인 ‘보유지분매각제도’의 뼈대는 지키되 채권자와 채무자가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하우스푸어 대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창 논의 중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논의되고 있는 대책들 자체가 기본적으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사들도 가계부채가 폭탄이 돼 모든 부담을 떠안는 것 보다는 조금 손실을 보더라도 해결이 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체채권을 중심으로 하우스푸어 대책이 진행될 것을 감안할 때 은행이 부담할 손실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 부채 정책과 관련한 큰 윤곽이 잡히면 불확실성이 사라져 은행주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종합하면 은행에서 손실의 일부를 부담하지만 그 크기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잠재적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주장 또한 제기된다.
하우스푸어 문제는 채무자와 채권자 당사자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뇌관이 되어가고 있다. 하우스푸어 대책이 형평성문제나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타개할 정부의 신속한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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