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죽어간다. 다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이야기다. 그러나 진지하게 문학을 흠모하며,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흘릴 수가 없다. 지저분한 이야기들이 가슴 속에 쌓인다. 쌓아두기만 하고 해소하지 못하니 머리끝까지 가득 차오른다. 이상하게 기분이 들뜨는 날, 아니면 정말로 우울해 죽을 것 같은 날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미어지듯 아파서 잠이 오질 않는다. 출판사와 서점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 환경 문제로 종이의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종이매체가 향후 몇 년 안에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소문. 상
한참 영화에 빠져 있는데, 어차피 한 줌도 안 되는 관객들 중에서 다섯 명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통에 집중이 흩어졌다. 그들은 대체 어떤 영화를 기대하고 여기까지 온 걸까.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라는 제목만 보고 같은 뮤지컬이라도 연상했던 건 아닐까. 그러나 라스 폰 트리에가 다루는 주제는 그 본질을 낱낱이 드러내게 된다. 그가 살인을 다루게 되면, 타이어 잭으로 순식간에 머리를 가격해 죽이는 살인마 잭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살인마가 살인에 앞서 노래를 한 곡조 뽑는
러시아의 수도였던 쌍트페테르브르크는 실질적으로 러시아 문화의 꽃이 피었던 곳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8대 도시 중 하나인 이곳은 아름다운 궁전과 기념비들이 가득한 자연 속 대형 박물관이다. 도시와 섬을 운하와 다리로 연결한 아름다운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일은 역사적인 일이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의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대 산맥을 이루던 시대에 소련은 공산주의의 종주국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공포감을 주었다. 그 공산주의의 심장부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침 일찍 호텔 밖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개천용불평등지수가 등장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엔 그저 열심히 일했다. 허리 졸라매면 큰 부자는 아니어도 작은 부자로 살 수 있었다.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한번 부자는 평생 누리고, 없는 자는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다.서울대 경제학부 주병기 교수(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 센터장) 최근 한국경제학회 ‘공정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주제로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수학능력평가시험 성적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주 교수는 이를 ‘개천용불평등지수’라고 명명했다. 태어난 환경이 사회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 또는 정확한 사실적 형상을 그리는 사람의 대부분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본을 먼저 그린 다음 그 위에다 그림을 그린다.이런 그림은 틀리지 않고 (미술에서는 틀림보다 다름이 존재한다.) 잘 그려질 수 있으나 답답함에서 헤어 나올 수는 없다. 요즘은 고구마를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덜 되는 느낌으로 '고구마'라고 칭하는 그런 답답한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이 같은 예를 드는 이유는 그림은 일반적으로 볼 때 틀리지 않게 그려져서 잘 그려진 그림보다는 느낌이 좋은 그림의 가치가 한 차원 높다는
1881년 3월 1일 혁명 테러단체 ‘인민의 의지파’들은 겨울궁전 앞에서 황제의 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황제의 마차가 겨울궁전에서 서서히 미끄러져 나오고 매복해 있던 ‘인민의 의지파’ 일원들은 준비된 폭탄을 황제의 마차를 향해 던졌다. 요란한 폭음이 가득하고 검은 연기가 자욱한 사이로 부서진 마차의 잔해가 보이고 근위병들이 쓰러져 신음을 하고 있다. 수라장이 된 사건의 현장에서 황제는 당당한 모습으로 피신하지도 않은 채 부상당한 근위병들을 살폈다. 그때 두 번째 폭발물을 가진 암살자가 폭탄을 가지고 황제를 향해 돌진했고,
성자誠者 자성야自成也 이도而道 자도야自道也 성자誠者 물지종시物之終始 불성不誠 무물無物 시고是故 군자君子 성지위귀誠之為貴 성자誠者 비자성기이이야非自成己而已也 소이성물야所以成物也 성기成己 인야仁也 성물成物 지야知也 성지덕야性之德也 합내외지도야合外內之道也 고故 시조지의야時措之宜也 중용 25장에서는 성誠이 스스로 이루어진다고 하는 성자자성誠者自成을 화두로 성誠과 미美의 일체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까지는 중용에서 성을 성지자誠之者 인지도야人之道也로 표현했다. 성誠은 뭔가 애를 쓰며 추구하는 것이 성실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잔디밭에서 대검 한 자루를 줍게 됐을 때, 그 대검이 하늘에서 구름 사이를 뚫고 자신에게 내려준 신의 대검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는 그 대검 한 자루를 신의 계시라고만 믿고 모든 인생을 내던졌다. 그러나 내려온 적 없는 사명이 이루어질 리 없다. 백년 전쟁, 잔은 무너지던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선봉에서 싸워 결국 오를레앙을 수복한다. 프랑스 전체가 그녀에게 환호하고, 샤를 7세는 그토록 원하던 왕관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새로운 왕과 잔의 생각은 달랐다. 잔은 영국 전체를 굴복시키고 완전한 프랑스의 승리로 전쟁
드라마가 끝나고 필자는 궁금해졌다. 정말 스카이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이 어느 정도까지 사회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말이다. 정말 우리 사회는 '스카이 공화국'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법조계에서 스카이 출신은 전체 판사의 80%(2015년 대법원 자료), 검사의 70%(2014년 법무부 자료)를 차지한다. 행정부에선 차관급 이상 고위공무원 중 스카이 출신이 67%(2017년), 입법부에서는 20대 국회의원 중 스카이 출신이 47%에 달한다. 재계에서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우리나라 학생들의 지적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나 행복지수는 최하위라면서 우리 교육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유엔이 발표한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57번째로 행복한 나라로 조사됐고 세계 OECD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마다 치러지는 PISA(국제학생성취도평가)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지적 역량은 36개 대상국 중에서 상위이고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은 하위라고 발표하고 있다.아날로그 시대 청소년들은 배가 고파서, 가진 것이 없어서 불행했고, 요즘 청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라는 거대한 유럽문화의 용광로를 찾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짐니)궁전으로 향한다. 프랑스 파리의 루부르 박물관과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을 찾아갈 때보다 더 부푼 기대감으로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은둔의 장소, 에르미따쥐 박물관에 약 3백만 점의 작품들이 있다고 한다. 전시장만 돌아보는 동선의 길이가 27km이고, 먹지도 자지도 않고 하루 종일 한 작품을 1분씩만 감상한다 해도 꼬박 5년 동안을 보아야 한다는 곳이다. 1754년 엘리자베타 페트로브나 여제의 명에 따라 건축가 라스트렐리가 설계하여 겨
러시아의‘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기 위하여 핀란드의 헬싱키를 출발한 버스가 차창을 통하여 아름다운 북유럽의 전원 풍경을 마지막으로 보여준다. 핀란드의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다섯 시간의 질주 끝에 러시아 국경지대에 도착하니 러시아로 입국하려는 화물트럭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화물트럭들은 러시아로 입국하기 위해 2-3일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 국경 소속 직원들이 짐 꾸러미를 검색하며 풍기는 거드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러시아로 빨리 입국하기 위해서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두 시간 이상 대기해 러시
지성지도至誠之道 가이전지可以前知 국가장흥國家將興 필유정상必有禎祥 국가장망國家將亡 필유요얼必有妖孽 현호시귀見乎蓍龜 동호사체動乎四體 화복장지禍福將至 선善 필선지지必先知之 불선不善 필선지지必先知之 고故 지성여신至誠如神이전 칼럼에서 중용 24장의 지극한 성은 선견지명이 귀신의 경지에 이른다는 말을 다루었다. 그런데 그런 귀신의 경지가 우리 몸에 동조하여 드러난다는 동호사체動乎四體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평행우주론을 기반으로 한 시공간 이론으로 보자면 미래를 감지하는 느낌은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가능
종이를 잘라 환풍구에 붙여 놓으면 바람에 흔들리면서 마치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소리다. 그러나 이성을 내려놓고 감각에만 충실하면, 그것이 거짓이라는 사실마저 잊어버리면, 우주에서도 지구의 나뭇잎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비의 행성 솔라리스는 인간에게 진짜가 무엇인지 묻는다. 아버지의 집을 방문한 주인공 크리스는 솔라리스를 탐사하고 돌아온 조종사 버튼을 만난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버튼은 솔라리스의 표면에서 움직이는 거품을 관찰했는데, 갑자기 거품 덩어리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아름다운 설경을 뒤로 한 채 네팔의 카투만두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인도의 델리 국제공항에 도착을 한다. 규모가 큰 국제공항이 왠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을 준다. 화물을 기다리는 각국의 사람들 틈에 끼어 짐을 기다리고 있는 한쪽에서 웅성거리며 짐이 없어졌다고 떠들썩하다. 한국관광객들의 소리다. 공항의 관계자가 나타나고 가이드들이 모이고 한국인 관광객이 가방의 모양과 색채를 흥분된 어조로 설명을 한다. 틀림없이 누가 훔쳐 갔다느니, 아니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느니 말들이 많다. 공항 근무자가 짐이 바뀌는 경우도 가끔
최근 심심찮게 등장하는 성폭력과 폭행에 대한 뉴스들을 접하면서 이것저것 필요 없고 사람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삶의 궁극적인 목적에 직면하게 된다. 평생을 바쳐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며 음악을 가르치고 공연을 함으로써 아이들의 자존감과 동시에 그 귀한 영혼들의 삶을 이끌어 준 의사가 낮에는 천사로, 밤에는 그 어린 영혼들을 성폭행 해 온 범죄자로 밝혀졌다. 빙상 국가대표 코치가 국가를 대표하는 간판선수를 역시 오랜 세월 성폭행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야말로 ‘기승전악’이다. 지위를 이용한 성폭행이야말로 많은 범죄 중
2019년 새해 벽두부터 드라마 한 편이 한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교육부총리도 봤다는 그 드라마 은 소수 상위 계층에서 입시경쟁의 승자들이 대를 이어 가려는 처절한 욕망과 그 갈등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강남 대치동을 중심으로 하는 입시문화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폐해도, 자식교육을 향한 엄마들의 상상 이상의 무차별적 사랑(?)도 아니다. 그건 바로 아빠들의 무기력함이었다. 아빠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얼굴들을 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
'평등'은 비교나 경쟁, 차별 다름보다는 우리에게 더욱 친근감을 갖게 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평등’이 존재할까? 우리는 양성평등이라는 말을 자주 들으나 양성평등은 정치에는 존재하나 과학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등 사회는 인간이 평등하게 살기 힘들기 때문에 바라는 이상 사회이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평등에는 개성, 능력, 다름, 동기, 경쟁,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교 교육에 평등이 존재할까? 학교 교육, 특히 지적 학습에서는 평등을 찾기 힘들다. 교육은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개인의 계획이나 삶의 방식에도 나름대로의 변화가 있겠지만, 정부의 정책에도 요소요소 적잖은 변화가 있다. 2019년 달라지는 노동시장 개정안을 보면 10.9%, 8,350원으로 인상된 최저임금과 지원 대상 월 급여 190만 원에서 210만 원 이하로 변경된 일자리안정자금, 실업급여는 기존 1일 6만 원에서 6만 6천 원으로 인상, 육아휴직급여는 첫 3개월 이후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인상,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는 기존 상한액 월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인상, 남성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기
다음에 소개된 중용 21장~23장은 칼럼 11편에서 BTS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팬들의 조직인 Army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다루면서 해설했다. 지성으로 변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중용 문구들 안의 진기성盡其性과 곡능유성曲能有誠으로 자기 정성을 세상에 드러낸 성즉형誠則形을 한 사람들이다. 자성명自誠明 위지성謂之性 자명성自明誠 위지교謂之教 성즉명의誠則明矣 명즉성의明則誠矣 / 유천하지성唯天下至誠 위능진기성為能盡其性 능진기성能盡其性 즉능진인지성則能盡人之性 능진인지성能盡人之性 즉능진물지성則能盡物之性 능진물지성能盡物之性